죽음, 심한 부상, 성폭력 같은 끔찍한 일을 겪거나 목격한 뒤, 그 일이 끝났는데도 마음은 계속 그 순간에 붙잡혀 있는 장애다. 기억과 악몽이 원치 않게 되살아나고, 떠올리게 하는 것을 피하고, 자신과 세상을 어둡게 보며, 늘 긴장해 작은 소리에도 놀란다. 이런 증상이 한 달 넘게 이어져야 진단한다. 외상 기억을 피하지 않고 안전하게 다시 마주해 처리하는 노출·인지 치료가 효과적이다.
예시로 보기
지하철 화재에서 살아남은 DP의 석 달 뒤 모습이다1.
| DP의 모습 | 증상 묶음 |
|---|---|
| 불 냄새를 맡으면 그날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고 몸이 굳는다. 밤마다 연기 속에 갇힌 꿈을 꾼다 | 침투 |
| 지하철을 타지 않고, 그날 이야기가 나오면 자리를 뜬다 | 회피 |
| “내가 먼저 나오느라 다른 사람을 못 도왔다”며 자책하고,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며 가족과도 멀어졌다 | 인지와 감정의 부정적 변화 |
|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잠을 못 자고, 쉽게 화를 낸다 | 각성과 반응의 변화 |
외상 경험(A)이 있고, 네 묶음의 증상이 한 달 넘게 이어져 직장에 나가지 못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정의
A. 외상 경험: 죽음, 심각한 상해, 성적 폭력 등을 다음 방식으로 겪음
- 외상 사건을 직접 경험
-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것을 직접 목격
-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일어났음을 알게 됨
- 외상 사건의 혐오스러운 세부 내용에 반복적으로 또는 극단적으로 노출됨
B. 침투 증상 C. 자극 회피 D. 인지와 감정의 부정적 변화 E. 각성과 반응의 현저한 변화
F. B~E의 증상이 1개월 이상
G. 심각한 고통과 사회적·직업적 기능의 손상
기준 A는 장애의 원인을 적는다. 네 방식은 핵심어 “직접”(경험), “직접”(목격), “알게”, “노출”로 기억한다. A-4는 경찰, 구급대원처럼 일로 참혹한 현장에 반복 노출되는 경우다. 미디어로 유발된 PTSD, 대리 외상, 2차 외상 스트레스도 A-4와 함께 다루는 개념이다. DSM-5-TR은 일과 관련된 경우가 아니면 전자 매체·TV·영화·사진을 통한 노출을 A-4에 넣지 않는다2.
네 증상 묶음
| 묶음 | 증상 |
|---|---|
| B. 침투 | ① 고통스러운 기억의 반복 ② 고통스러운 꿈의 반복 ③ 사건이 실제로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느끼고 행동하는 해리 반응(플래시백) ④ 단서에 노출될 때의 강렬한 심리적 고통 ⑤ 단서에 대한 심한 생리적 반응 |
| C. 회피 | ① 고통스러운 기억·생각·감정을 피하려는 노력 ② 그것을 떠올리게 하는 외적 단서(사람, 장소, 대화)를 피하려는 노력 |
| D. 인지와 감정의 부정적 변화 | ① 사건의 중요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함 ② 자신·타인·세상에 대한 과장된 부정적 신념 ③ 사건의 원인이나 결과에 대한 왜곡된 인지(자책) ④ 공포·분노·수치심의 지속 ⑤ 중요한 활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 감소 ⑥ 거리감과 소외감 ⑦ 행복감·만족감의 지속적 결여 |
| E. 각성과 반응의 변화 | ① 짜증스러운 행동, 분노 폭발 ② 무모하거나 자기파괴적인 행동 ③ 과도한 경계 ④ 과도한 놀람 반응 ⑤ 집중 곤란 ⑥ 수면 장해 |
DSM-5-TR은 묶음마다 필요한 개수(B 1개 이상, C 1개 이상, D 2개 이상, E 2개 이상)를 정한다2.
임상적 특징과 경과
- 평생 유병률 8.7%. 여성이 남성보다 3배 많다.
- 2차 세계대전 뒤 퇴역 군인의 부적응 문제에서 체계적 연구가 시작되었다. 참전 군인의 15.2%가 PTSD 증상을, 11%가 부분 증상을 보였다. 9.11 테러 뒤 근처 주민의 약 20%가 증상을 보였다.
- 대부분 사건 뒤 3개월 안에 시작해 몇 개월에서 몇 년 이어진다. 한참 뒤에 나타나기도 한다(지연된 표현).
- 다른 장애와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남성은 알코올 남용·의존, 우울장애, 품행장애, 여성은 우울장애, 공포증.
원인
생물학적 요인과 직업
- 소방관, 참전 군인처럼 외상에 노출되기 쉬운 직업.
- 외상은 뇌와 몸에 물리적 변화를 일으킨다. 전투병, 강간 피해자, 포로수용소 생존자의 소변·혈액·침에서 코르티솔과 노르에피네프린의 활동이 비정상적으로 높다.
- 뇌의 생화학적 각성이 해마(기억)와 편도체(공포)의 기능을 망가뜨려, 정서 증상이 되풀이되고 정서 기억이 강하게 남는다.
개인적 위험요인(Davidson & Foa, 1991)
“같은 외상을 겪었는데 왜 누구는 이겨내고 누구는 장애로 이어지는가?”
| 시기 | 위험요인 |
|---|---|
| 외상 전 | 정신장애 가족력, 아동기 외상 경험, 의존적이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성격, 자기 운명을 바깥이 정한다고 보는 외부 통제소재 |
| 외상 중 | 사건의 강도, 노출 횟수, 악의적 행동에 의한 피해 |
| 외상 후 | 사회적 지지체계·친밀한 관계의 부족, 생활 스트레스, 결혼생활·직장의 불안정, 심한 음주·도박 |
심리적 이론
외상 정보가 기존 신념에 통합되지 못한다는 다섯 이론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심리적 이론에서 다룬다. 행동주의로 보면 모러의 2요인 이론과 같다. 외상 단서가 공포와 짝지어지고(고전적 조건형성), 단서를 피하면 불안이 줄어 회피가 유지된다(조작적 조건형성)3.
flowchart LR
E["외상 사건"] -->|"고전적 조건형성"| C["외상 단서가 공포와 짝지어진다"]
C --> F["단서를 만나면 공포가 온다"]
F --> A["단서를 피한다"]
A --> R["불안이 줄어든다"]
R -->|"조작적 조건형성: 회피가 강화된다"| A
왼쪽 절반은 공포가 생기는 과정이고, 오른쪽의 되돌아가는 화살표는 회피가 굳는 과정이다. 피할 때마다 불안이 줄어드니 다음에도 피하게 된다4.
예방과 치료
예방과 초기 개입
- 스트레스 접종 훈련: 예상되는 위협에 대응하는 연습을 미리 한다.
- 위기개입.
- 심리적 사후보고(psychological debriefing): 사건 며칠 안에 감정과 반응을 두루 이야기하게 해,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게 하고 그것이 정상 반응이라고 안심시킨다. 이후 스트레스 관리 서비스를 알리고, 장기 상담이 필요한 사람을 전문가에게 의뢰한다.
치료
| 치료 | 내용 |
|---|---|
| 약물치료 | 삼환계 항우울제, SSRI |
| 지속적 노출법(PE) | 이완 상태에서 외상 사건과 관련 자극에 점진적·반복적으로 노출한다. 공포가 둔감화되면 외상 기억을 피하려는 시도가 줄고, 공포 기억 구조가 수정되어 기존 인지 체계와 통합된다. 핵심은 노출과 둔감화다 |
| 인지처리치료(CPT) | 외상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잘못된 평가가 강한 부정 정서를 일으켜 인지적 처리와 자연 회복을 막는다고 본다. 교육 → 외상 경험을 자세히 기록하고 읽기 → 잘못된 신념 탐색 → 자책과 죄의식을 일으키는 신념의 변화와 외상 경험의 수용 |
| 안구운동 둔감화 및 재처리(EMDR) | 괴로운 외상 기억을 떠올리는 동시에 치료자의 손가락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게 한다. 부정적 사고·감정·심상이 약해지고 외상 기억의 처리가 촉진된다. 기제는 분명하지 않지만 효과적이다 |
- 환자의 약 50%가 6개월 안에 좋아진다. 여러 방법을 섞어 쓴다.
- 이론은 달라도 공통 목표는 스트레스 반응을 끝내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스스로 설명해 보기
- “회피는 PTSD를 오래 가게 한다.”
근거
2요인 이론에서 회피는 불안을 줄여 강화되고, 외상 기억을 처리할 기회를 막는다. 정서적 처리 이론으로 보면 공포 기억 구조가 활성화되어도 처리되지 못한 채 남는다.
- “지속적 노출법은 외상 기억을 일부러 떠올리게 한다.”
근거
기억을 피하지 않고 안전한 상태에서 반복해 떠올리면 공포가 둔감화되고, 기억이 “지금 여기의 위협”이 아니라 “지난 일”로 기존 인지 체계에 통합된다.
- “같은 외상에도 결과가 다르다.”
근거
데이비슨과 포아의 표처럼 외상 전(취약성), 외상 중(사건의 강도), 외상 후(지지 체계)의 요인이 겹쳐 결과를 정한다. 취약성-스트레스 모델의 한 예다.
- 이 장애의 핵심 아이디어는?
답
외상 기억이 처리되지 못해 과거의 위협이 현재의 위협처럼 계속 경험된다(침투, 과각성). 회피가 처리를 막아 이 상태를 유지한다. 치료는 안전하게 다시 마주해 기억을 처리하게 한다.
자주 하는 오해
틀렸다. PTSD의 원인이 외상이라 그럴듯하다. 하지만 참전 군인도 15.2%, 9.11 근처 주민도 약 20%만 증상을 보였다. 외상을 겪은 사람의 다수는 시간이 지나며 회복하고, 일부는 외상 후 성장까지 한다. 외상 전·중·후의 요인이 결과를 가른다.
반만 맞다. 심리적 사후보고는 사건 며칠 안에 감정을 표현하게 하는 초기 개입 방법이다. 그러나 원치 않는 사람에게 한 번의 회기로 자세한 재진술을 강요하는 방식은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가 있어, 지금은 신중하게 쓴다5.
확인 문제
C1 PTSD 진단기준 A의 네 가지 노출 방식과, B~E 네 증상 묶음의 이름, 기간 기준을 쓰라.
답: A: 직접 경험, 직접 목격, 가까운 사람에게 일어났음을 알게 됨, 혐오스러운 세부 내용에 반복·극단적 노출. B 침투, C 회피, D 인지와 감정의 부정적 변화, E 각성과 반응의 현저한 변화. 1개월 이상.
C2 다음 증상은 B~E 중 어느 묶음인가? (a) 사고 이야기가 나오면 화제를 돌린다 (b) 문 닫히는 소리에 몸이 튀어 오를 만큼 놀란다 (c) “세상은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고 확신한다 (d) 사고 장면이 갑자기 지금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답: (a) C 회피. (b) E 과도한 놀람 반응. (c) D 과장된 부정적 신념. (d) B 플래시백(해리 반응).
C3 구급대원 DQ는 3년째 참혹한 사고 현장을 반복해서 수습해 왔고, 최근 두 달간 악몽과 과각성, 현장 회피 증상이 있다. DQ는 진단기준 A를 채우는가? 같은 장면을 뉴스로만 반복해 본 시민은?
답: DQ는 채운다. 일 때문에 외상 사건의 혐오스러운 세부 내용에 반복 노출된 경우(A-4)다. 뉴스로만 본 시민은 DSM-5-TR 기준으로는 A-4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자 매체를 통한 노출은 일과 관련된 경우만 인정한다. 미디어로 유발된 스트레스는 연구 주제이지만 진단기준과는 구별한다.
C4 지속적 노출법과 인지처리치료는 모두 외상 기억을 다룬다. 무엇을 주로 바꾸려 하는가?
답: 지속적 노출법은 외상 기억에 대한 공포 반응과 회피를 바꾼다(둔감화). 인지처리치료는 외상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잘못된 평가, 특히 자책과 죄의식을 만드는 신념을 바꾼다. 노출은 정서, 인지처리는 의미를 겨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