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비정상적으로 들뜨는 시기(조증·경조증)와 가라앉는 시기(우울)가 번갈아 오는 병으로, 흔히 조울병이라 부른다. 들뜬 시기에는 잠을 안 자도 기운이 넘치고 말과 계획이 쏟아지다가, 무리한 소비나 투자로 생활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재발이 매우 잦아서 약이 우선이자 필수이고, 규칙적인 생활 리듬과 심리교육이 재발을 막는다. 대개 우울로 시작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우울증으로 오진되기 쉽다.
예시로 보기
30세 BD의 1년이다1.
| 시기 | BD의 모습 | 삽화 |
|---|---|---|
| 1~3월 | 기운이 없고 출근이 힘들다. “나는 쓸모없다” | 주요우울 삽화 |
| 4월 | 병원에서 우울증으로 항우울제를 받았다 | — |
| 6월 중 10일 | 하루 두세 시간만 자도 쌩쌩하다. “세상을 바꿀 사업 아이디어가 있다”며 밤새 사업계획서를 쓰고, 말이 끊이지 않고, 적금을 깨 투자했다. 가족이 입원시켰다 | 조증 삽화 |
6월의 삽화가 조증이므로 BD는 제1형 양극성장애다. 1~3월의 우울은 양극성장애의 우울 삽화였고, 처음의 우울증 진단은 바뀐다. 제1형 환자의 약 70%가 이렇게 우울로 시작한다.
정의
양극성장애는 조증이나 우울증의 양극단의 기분 변화를 보이는 기간과 정상적인 기분을 보이는 기간이 번갈아 나타나는 정신의학적 질환이고, 흔히 조울병(manic-depressive illness)이라 부른다.
세 종류
| 종류 | 특징 |
|---|---|
| 제1형 양극성장애 | 조증 삽화의 기준을 충족한다. 기능 저하가 뚜렷하다 |
| 제2형 양극성장애 | 1회 이상의 주요우울 삽화와 경조증 삽화가 있다. 기능 저하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
| 순환성장애 | 경미한 우울 증상과 경조증 증상이 2년 이상 나타난다 → 순환성장애 |
flowchart TD
Q1{"조증 삽화가 한 번이라도 있었나"} -- "예" --> I["제1형 양극성장애"]
Q1 -- "아니오" --> Q2{"경조증 삽화와 주요우울 삽화가 모두 있었나"}
Q2 -- "예" --> II["제2형 양극성장애"]
Q2 -- "아니오" --> Q3{"경미한 우울 증상과 경조증 증상이 2년 이상 이어졌나"}
Q3 -- "예" --> C["순환성장애"]
위에서부터 질문을 하나씩 내려간다. 조증 삽화가 한 번이라도 있으면 우울 삽화가 있든 없든 바로 제1형에서 멈춘다.
조증 삽화: 비정상적으로 들떠 있거나, 의기양양하거나, 과민한 기분과 함께 목표지향적 활동이나 에너지가 증가한 상태가 최소 7일간 거의 매일 나타나고, 다음 중 3가지 이상이 나타난다.
- 자존감이 증가하거나 과대감을 느낌
- 수면 욕구 감소
- 말이 많아지거나 끊을 수 없을 정도로 계속 말함
- 사고비약: 생각이 빠른 속도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경험
- 주관적으로 보고하거나 객관적으로 관찰될 정도의 주의산만
- 목표지향적 활동의 증가, 정신운동 초조
- 과도한 쇼핑·과소비, 무분별한 성행위, 어리석은 사업 투자 같은 지나친 활동
기분 장해가 사회적·직업적 기능의 뚜렷한 손상을 일으킬 만큼 심하거나, 자신이나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도록 입원이 필요하거나, 정신병적 양상이 동반된다.
경조증 삽화: 같은 기분과 에너지의 변화가 최소 4일간 거의 매일 나타나고, 같은 증상 가운데 3가지 이상이 나타난다. 평소와 다른 명백한 기능 변화가 있고 남이 알아챌 정도지만, 사회적·직업적 기능을 뚜렷하게 손상시키거나 입원이 필요할 만큼 심하지 않다. 정신병적 양상이 있으면 조증 삽화로 정의한다.
DSM-5-TR은 기분이 과민하기만 할 때는 증상이 4가지 이상 필요하고, 입원했다면 7일이 안 되어도 조증 삽화로 본다고 덧붙인다2. 두 삽화의 차이는 조증 삽화와 경조증 삽화 비교에서 따로 다룬다.
설계 이유
- “제1형에 우울 삽화는 필수가 아님”: 조증 삽화가 한 번이라도 있으면 제1형이다. 조증 하나만으로도 삶이 무너질 만큼 심각하고, 이후 우울이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2.
- “제2형에는 주요우울 삽화가 필수”: 경조증은 기능을 크게 해치지 않고 본인도 좋은 시기로 여긴다. 병으로서의 고통과 손상은 우울 삽화에서 온다. 그래서 경조증 삽화에 과거의 주요우울장애 경험이 더해져야 제2형 양극성장애가 된다.
임상적 특징
| 제1형 | 제2형 | 순환성장애 | |
|---|---|---|---|
| 평생 유병률 | 0.4~1.6% | 약 0.5% | 0.4~1.0% |
| 평균 발병 연령 | 약 18세 | 20대 중반 | 청소년기나 성인 초기 |
| 성차 | 비슷(1.1:1). 남성은 조증, 여성은 우울이 먼저 오는 경우가 많다 | 여성에게 더 흔하다 | 비슷하다 |
| 특징 | 가장 심한 유형. 재발 위험 90% 이상. 우울에서 조증으로 넘어갈 때 자살 위험이 높고, 25% 이상이 자살을 시도한다 | 제1형보다 만성적이고 우울 삽화가 길다. 우울 삽화의 횟수가 기능에 더 큰 영향을 주어 기능 수준이 더 낮다. 자살 시도와 사망이 주요우울장애나 제1형보다 많다. 공존질환이 많고, 있으면 예후가 나쁘다 | 만성적. 기질적 소인이 작용하기도 한다 |
경과와 예후
- 경과는 매우 다양하다. 사람마다 첫 삽화의 종류와 자주 나타나는 삽화가 다르다.
- 조증만 여러 번 되풀이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우울과 조증이 번갈아 온다.
- 제1형의 약 70%는 우울로 시작해 치료받다가 진단이 바뀐다. 경조증으로 시작하면 치료 없이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 전형적인 조증 삽화는 몇 시간에서 며칠 사이에 급격히 악화되고, 치료받지 않으면 약 3개월 이어진다.
- 제1형은 주요우울장애보다 예후가 나쁘다. 한 번 조증을 겪은 환자의 90%가 재발하고, 일생 동안 20~30회의 조증 삽화를 겪는다.
- 삽화가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사회·직업 기능과 대인관계가 무너진다. 급성기가 지나도 잔류 증상이 남을 수 있고, 유지치료와 관리가 없으면 다시 나빠진다.
원인
1. 생물학적 원인
- 유전: 가족의 공병률이 높다. 일란성 쌍둥이의 일치율은 양극성장애 72%, 단극성 우울증 40%로, 양극성 쪽의 유전 영향이 더 크다.
- 신경화학: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 모두 낮으면 우울, 세로토닌은 낮고 노르에피네프린은 높으면 조증을 일으킨다(Comer, 2017). 세 물질을 묶는 이름은 모노아민이다.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은 카테콜아민이고, 세로토닌은 인돌아민이다(우울장애의 원인)3.
2. 심리적 원인
- 정신분석적 입장: 조증은 무의식적 상실이나 자존심의 손상에 대한 방어 또는 보상 반응이다. 핵심 갈등은 우울과 비슷하지만 에너지가 바깥으로 방출된다. 부정(denial)과 반동형성을 넓게 쓴다. 직면하기에 너무 고통스러운 현실을 부정한 결과, 과대망상으로 고통스러운 현실과 반대되는 가상의 현실을 만든다.
- 인지적 입장: 자동적 사고의 주제가 획득과 성공이다. 자신의 경험에 무차별적으로 긍정적 가치를 붙이고,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비현실적인 긍정적 결과를 기대한다.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의 비율이 건강한 사람은 약 1.6 대 1.0(황금비)인데, 우울에서는 부정적 사고가, 조증에서는 긍정적 사고가 지나치다.
3. 사회환경적 원인
- 심리적 스트레스. 특히 결혼, 승진, 경제적 성공 같은 긍정적 스트레스도 촉발 요인이 된다.
- 수면 부족, 산후 기간, 비행 시차처럼 생활 리듬을 깨는 일.
치료
입원치료와 약물치료
- 제1형은 조증 삽화의 활성기에 입원치료가 필수다.
- 약물치료가 우선이자 필수다.
- 리튬(Lithium): 기분안정제(조절제)
- 발프로에이트(Valproate), 카바마제핀(Carbamazepine), 라모트리진(Lamotrigine): 항경련제
-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들(정형과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 비교)
- 약이 없으면 기분이 조증과 우울의 극단까지 오간다. 기분안정제를 먹으면 기분이 정상 범위 안에 머문다.
심리치료
- 심리교육: 만성·재발 경향 같은 장애의 특성을 알린다. 자기관리, 증상 모니터링, 생활 조절, 약물 복용을 가르쳐 약물치료 순응도를 높인다. 전구 증상과 위험을 알아채는 법을 훈련한다. 가족의 역할(장애 이해, 심리적 지지, 현실 적응 지원)이 중요하다.
- 인지행동치료: 우울 삽화 쪽의 부정적 경험은 인지적으로 재구성하고, 조증 삽화 쪽의 과도한 목표 추구 행동을 수정한다. 약물치료와 함께 하면 약물치료만 받은 집단보다 재발 방지 효과가 뛰어나다(Lam et al., 1999).
- 대인관계 및 사회적 리듬 치료(IPSRT): 재발을 막는 두 요인은 대인관계와 사회적 일상의 안정성, 수면-각성 주기의 규칙성이다. 증상은 흔히 대인관계 맥락에서 생기고, 기분은 수면-각성 주기와 관련된다. 심리교육 → 대인관계 수준과 문제 영역 확인 → 사회적 리듬 차트 작성 → 생활 리듬을 깨는 요인 바꾸기 → 대인관계 갈등 해결 지원 → 스스로 지속적인 생활 관리의 순서로 진행한다.
스스로 설명해 보기
- “제1형 환자가 처음에 우울증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근거
약 70%가 우울로 시작하고, 경조증이나 초기의 들뜸은 본인이 문제로 여기지 않아 말하지 않는다. 조증 삽화가 나타나야 진단이 바뀐다.
- “승진이나 결혼 같은 좋은 일도 조증을 촉발할 수 있다.”
근거
긍정적 스트레스도 생활 리듬(수면, 일상)을 흔들고, 획득과 성공이라는 조증의 자동적 사고 주제와 맞물린다. IPSRT가 좋은 일 뒤에도 리듬을 지키게 하는 이유다.
- “양극성장애의 치료는 약이 우선이자 필수다.”
근거
재발률이 90% 이상이고 조증의 판단력 손상이 심해, 심리치료만으로는 삽화를 막기 어렵다. 심리치료는 약에 더해 순응도와 생활 리듬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 제1형과 제2형을 가르는 핵심 아이디어는?
답
들뜬 시기가 기능을 뚜렷하게 무너뜨릴 만큼 심했는가(조증)다. 그렇다면 제1형, 아니라면(경조증) 우울 삽화가 함께 있어야 제2형이다.
자주 하는 오해
틀렸다. 들뜬 시기가 경조증이라 덜 심해 보여서 그럴듯하다. 하지만 제2형은 제1형보다 만성적이고 우울 삽화가 길며, 우울 삽화의 횟수 때문에 기능 수준이 더 떨어진다. 자살 시도와 사망도 주요우울장애와 제1형보다 많다. “가벼운 조증”이 곧 “가벼운 병”은 아니다.
틀렸다. 일상어에서 기분 변덕을 “조울증 같다”고 말해 그럴듯하다. 진단의 조증 삽화는 최소 7일, 경조증은 4일 동안 거의 매일 이어지는 뚜렷한 변화다. 하루에도 여러 번 오르내리는 기분은 경계선 성격장애의 정서 불안정이나 다른 문제를 먼저 생각한다.
확인 문제
C1 조증 삽화의 기간과 증상 수 기준, 그리고 증상 일곱 가지를 쓰라.
답: 최소 7일간 거의 매일, 3가지 이상(기분이 과민하기만 하면 4가지). 증상: 자존감 증가·과대감, 수면 욕구 감소, 말이 많아짐, 사고비약, 주의산만, 목표지향적 활동 증가·정신운동 초조, 위험한 결과를 낳는 지나친 활동(과소비, 무분별한 성행위, 어리석은 투자).
C2 다음은 제1형, 제2형, 주요우울장애 중 무엇인가? (a) 주요우울 삽화 2회, 그 사이 5일 동안 잠을 적게 자도 활기차고 말이 많았지만 일은 평소처럼 했다 (b) 주요우울 삽화는 없었고, 9일간 잠을 거의 안 자며 전 재산을 투자해 입원했다 (c) 주요우울 삽화 3회, 들뜬 시기는 없었다
답: (a) 제2형: 주요우울 삽화와 경조증 삽화(4일 이상, 기능 손상 없음). (b) 제1형: 조증 삽화(7일 이상, 입원). 우울 삽화가 없어도 제1형이다. (c) 주요우울장애: 조증·경조증이 없다.
C3 대인관계 및 사회적 리듬 치료가 수면과 일상의 규칙성을 강조하는 이유를 쓰라.
답: 양극성장애의 기분 상태는 수면-각성 주기와 관련되고, 수면 부족, 산후, 비행 시차처럼 리듬을 깨는 일이 삽화를 촉발한다. 사회적 리듬 차트로 기상, 식사, 수면 시각을 일정하게 지키면 생체리듬이 안정되어 재발이 줄어든다. 대인관계 갈등도 흔한 촉발 요인이라 함께 다룬다.
C4 제1형 양극성장애로 리튬을 먹던 BE가 “요즘 너무 좋아서 약이 필요 없다”며 약을 끊고, 승진 축하 여행으로 해외를 다녀왔다. 재발 위험을 높이는 요인 세 가지를 찾아라.
답: (1) 유지치료 중단: 호전 뒤에도 유지치료가 없으면 다시 나빠진다. “너무 좋다”는 것 자체가 경조증·조증의 전구 증상일 수 있다. (2) 긍정적 스트레스: 승진. (3) 생활 리듬의 교란: 비행 시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