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다섯 이론은 결국 같은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한다. 외상은 “세상은 대체로 안전하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기존의 믿음에 들어맞지 않는 정보라, 마음이 그것을 소화하지 못한 채 남긴다. 소화되지 못한 기억은 말로 떠올리기는 어려운데 작은 단서에는 생생하게 튀어나오고, 사람은 그 고통을 피하느라 더 소화할 기회를 잃는다. 그래서 치료는 모두 외상 기억을 안전하게 다시 처리해 기존 믿음에 통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시로 보기

폭행 피해자 DR의 마음에서 다섯 이론이 각각 무엇을 짚는지 보자1.

이론 DR에게서 보이는 것
스트레스 반응 이론 사건 뒤 멍하게 부인하다가, 지금은 기억이 침투했다 피했다를 오가는 “동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박살난 가정 이론 “세상은 안전하다”, “나쁜 일은 이유가 있어 생긴다”, “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가 모두 무너졌다
정서적 처리 이론 어두운 골목, 특정 향수 냄새 같은 사소한 단서가 공포 기억구조 전체를 켠다
이중 표상 이론 사건을 말로 설명하라면 뒤죽박죽인데,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그 순간의 공포가 생생히 살아난다
통합적 인지모델 “내가 약해서 당했다”는 부정적 평가와 조각난 기억이 “지금도 위험하다”는 위협감을 만든다

정의

스트레스 반응 이론(Horowitz, 1976, 1986)

외상적 사건을 인지적으로 처리하는 다섯 단계다.

단계 내용
1. 절규 단계 정신적 충격과 고통. 받아들이기 어렵고 정보가 넘친다
2. 회피 단계 부인과 마비
3. 동요 단계 침투와 회피가 번갈아 온다. 새로운 경험을 기존의 사고체계에 통합하려 하지만 처리되지 않아 외상 기억이 침투한다: PTSD
4. 전이 단계 외상 정보가 조금씩 기본 신념으로 흡수된다
5. 통합 단계 외상 정보가 완전히 처리된다

줄이면 “3단계에 머무는 것이 PTSD”다.

stateDiagram-v2
  절규 --> 회피
  회피 --> 동요
  동요 --> 동요: 침투와 회피가 번갈아 온다
  동요 --> 전이: 외상 정보가 조금씩 흡수된다
  전이 --> 통합
  통합 --> [*]

동요 단계에서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화살표가 PTSD의 자리다. 이 고리를 벗어나 전이 단계로 넘어가야 통합까지 간다.

박살난 가정 이론(Janoff-Bulman, 1989, 1992)

외상은 세상과 자신에 대한 기본 가정과 신념체계를 흔들고 부순다. 무너지는 세 가지 신념은 세상의 우호성(세상은 대체로 좋은 곳이다), 세상의 합리성(일은 이유가 있어 일어난다), 자신의 가치(나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다.

정서적 처리 이론

외상 경험과 관련된 부정적 정보들이 연결된 “공포 기억구조”가 만들어진다. 사소한 단서가 이 구조를 활성화하면 회피 증상이 나타나고, 회피 때문에 외상 경험의 정서적 정보처리가 이루어지지 못한다. 지속적 노출법이 이 구조를 수정하는 치료다.

flowchart LR
  S["사소한 단서"] --> M["공포 기억구조가 켜진다"]
  M --> A["회피"]
  A --> X["정서적 처리가 안 된다"]
  X -->|"구조가 그대로 남는다"| M
  PE["지속적 노출법"] -.->|"회피 대신 머물게 해 구조를 고친다"| A

회피에서 다시 공포 기억구조로 돌아오는 고리를 따라가면 된다. 지속적 노출법은 이 고리의 회피 자리를 끊는다.

이중 표상 이론(Brewin et al., 1996)

외상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는 증상(기억 불능)과 원치 않게 떠오르는 증상(기억 침투)이 함께 나타나는 모순을 두 기억 체계로 설명한다.

  언어적으로 접근 가능한 기억 (VAM) 상황적으로 접근 가능한 기억 (SAM)
저장하는 것 외상 경험에 대한 의식적 평가 정보 외상 사건의 감각적 인식과 생리적·정서적 반응 정보
떠올리기 필요할 때 의도적으로 회상 가능 언어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워 의식적 통제가 어렵다. 상황 단서가 주어지면 감각적 표상이 튀어나온다(비의도적 침투, 플래시백)
증상 부정적 신념과 그로 인한 부정 정서 플래시백, 악몽, 외상 특유의 정서, 생리적 각성
치료 방향 인지적 평가를 고쳐 부정 정서를 줄인다 자동적 활성화를 막고, 이완 상태와 외상 기억을 반복해 짝지어 새로운 SAM을 학습한다

두 기억 체계로 본 회복의 방향은 “SAM의 VAM으로의 편입”이다. 감각 조각으로만 있던 기억을 말로 정리된 기억 속으로 옮기는 것이 회복이다.

PTSD의 통합적 인지모델(Ehlers & Clark, 2000)

graph LR
  P["외상 사건의 특성, 후유증<br/>개인의 과거 경험·신념·대처"] --> N["외상과 후유증에 대한<br/>부정적 평가"]
  I["외상 경험 중의<br/>인지적 정보처리"] --> D["외상 기억의<br/>비조직화"]
  N <--> D
  N --> T["현재의 위협감<br/>침투·각성 증상, 강렬한 정서"]
  D --> T
  T <--> C["위협과 증상을 통제하려는<br/>부적응적 대처방식"]
  C --> N
  C --> D

외상과 그 후유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예: “내가 약해서 당했다”, “이제 나는 망가졌다”) 외상 기억이 조각나 조직화되지 않으면, 이미 지나간 사건인데도 “지금 위협받고 있다”는 느낌이 생긴다. 이 위협감을 통제하려는 부적응적 대처(회피, 기억 억누르기, 음주)가 다시 평가와 기억의 비조직화를 유지해 PTSD가 지속된다.

연결

확인 문제

C1 호로위츠의 스트레스 반응 이론의 다섯 단계를 순서대로 쓰고, PTSD는 어느 단계에 머문 상태인지 쓰라.

답: 절규 → 회피 → 동요 → 전이 → 통합. PTSD는 침투와 회피가 번갈아 오는 3단계(동요 단계)에 머문 상태다.

C2 PTSD 환자가 외상 사건을 말로는 잘 떠올리지 못하는데, 비슷한 냄새만 맡아도 그 순간이 생생히 떠오르는 모순을 이중 표상 이론으로 설명하라.

답: 외상 기억이 두 체계에 따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말로 떠올리는 것은 언어적으로 접근 가능한 기억(VAM)인데, 외상 순간에는 처리가 제대로 안 되어 조각나 있다. 반면 감각·생리 반응은 상황적으로 접근 가능한 기억(SAM)에 저장되어, 의도로는 꺼내기 어렵지만 냄새 같은 상황 단서가 오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회복은 SAM의 내용을 VAM으로 편입하는 것이다.

C3 교통사고 생존자 DS는 “내가 운전을 조심하지 않아서 동생이 다쳤다, 나는 가족을 지킬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사고 이야기를 피하며 술로 잠든다. 엘러스와 클라크 모형의 칸(부정적 평가, 부적응적 대처)에 넣고, 이 모형이 이 대처가 문제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쓰라.

답: 부정적 평가: “내가 조심하지 않아서”, “가족을 지킬 수 없는 사람”. 부적응적 대처: 사고 이야기 회피, 술. 이 대처는 위협감과 증상을 잠시 줄이지만, 기억을 정리하고 평가를 고칠 기회를 막아 부정적 평가와 기억의 비조직화를 유지하고, 그래서 “지금도 위험하다”는 위협감이 계속된다.

  1. DR의 사례와 비교 표는 다섯 이론을 한 사례에 적용한 가상 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