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거의 매일, 두 주 넘게, 가라앉은 기분이나 무엇에도 흥미가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잠·식욕·기력·생각·자기 평가까지 함께 무너지는 병이다. 가장 흔한 정신장애라서 “마음의 감기(심리적 독감)”라고도 하지만, 감기와 달리 한 번 겪으면 다시 오기 쉽고 자살 위험이 크다. 약과 심리치료 모두 효과가 있고, 함께 쓸 때 재발이 가장 적다. 단, 들뜬 시기(조증·경조증)가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이 진단이 아니라 양극성장애다.

예시로 보기

직장인 AJ는 3주째 이렇게 지낸다1.

AJ의 모습 증상 번호
아침부터 밤까지 마음이 무겁고 눈물이 난다 ① 우울한 기분
좋아하던 축구 중계도 보지 않는다 ② 흥미·즐거움 감소
입맛이 없어 한 달에 4kg이 빠졌다 ③ 체중·식욕 변화
새벽 4시에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한다 ④ 불면
샤워 한 번에도 녹초가 된다 ⑥ 피로
“나는 가족에게 짐일 뿐”이라고 자책한다 ⑦ 무가치감·죄책감
보고서 한 줄 쓰는 데 한 시간이 걸린다 ⑧ 집중력 감소

9개 중 7개, 핵심 두 증상(①②)이 모두 있고, 2주를 넘었고, 업무가 무너졌다. 조증이나 경조증을 겪은 적이 없다면 주요우울장애다.

정의

우울의 네 측면

우울은 기분만의 문제가 아니다. 증상은 네 측면에 걸쳐 나타난다.

측면 증상
정서적 우울하고 슬프고 침체된 기분, 외로움, 무가치감, 죄책감, 허무감, 절망감
동기·행동적 활력과 생기의 저하, 흥미 감소, 사회적 활동의 위축과 회피, 자살 시도
신체적 식욕과 체중의 변화, 수면장애, 피로감, 성욕 저하, 면역력 저하
인지적 부정적·비관적 사고, 죽음과 자살에 대한 생각, 기억력·판단력 저하, 학업·직업 적응의 곤란
주요우울장애의 진단기준

주요우울 삽화(MDE)가 적어도 한 번 있었고, 조증 삽화가 있었던 적이 없다. 주요우울 삽화는 다음 중 5가지 이상이 거의 매일, 적어도 2주 이상 이어지고, 그중 ①이나 ②가 반드시 있으며, 고통이나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것이다.

  1. 하루 대부분 우울한 기분(아동·청소년은 과민한 기분으로 나타날 수 있다)
  2. 거의 모든 일상 활동에 대한 흥미나 즐거움의 현저한 감소
  3.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데도 체중이 현저히 줄거나 늘고, 식욕이 줄거나 늚
  4. 불면이나 과다수면
  5. 정신운동성 초조(안절부절못함)나 지체(말과 움직임이 느려짐)
  6. 피로나 에너지 상실
  7. 무가치감, 부적절하거나 지나친 죄책감
  8. 사고력·집중력의 감소, 우유부단함
  9. 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계획 없는 반복적인 자살사고, 자살 시도나 구체적인 자살 계획

DSM-5-TR은 물질이나 다른 의학적 상태 때문이 아닐 것, 조현병 스펙트럼 장애로 더 잘 설명되지 않을 것, 조증·경조증 삽화가 없었을 것을 함께 요구한다2.

설계 이유

  • ①이나 ② 필수: 피로, 불면, 집중력 저하, 체중 변화는 신체 질환이나 과로로도 생긴다. 우울한 기분이나 흥미 상실 가운데 하나를 요구해야 “기분”의 장애라는 핵심이 보장된다.
  • 2주: 누구나 겪는 며칠간의 기분 저하와 병적인 상태를 가르는 최소 기간이다.
  • 조증 병력 배제: 조증이나 경조증이 있었다면 같은 우울 삽화라도 양극성장애의 일부다. 치료가 달라서 이 조건이 중요하다.

주요우울장애인 예와 아닌 예1

  • 주요우울장애다: 위의 AJ. 흥미 상실(②), 과다수면, 체중 증가, 피로, 무가치감이 3주 이어져 등교를 못 하는 고등학생. 과민한 기분(①의 아동형), 식욕 감소, 불면, 집중력 저하, 자살사고가 2주 이어진 중학생.
  • 아니다: 시험을 망친 뒤 사흘간 우울했다가 회복한 학생(기간 미달). 3주간 우울 삽화 증상을 보였지만 작년에 일주일 동안 잠도 안 자고 과소비하며 들떴던 사람(양극성장애).

임상적 특징

  • 가장 흔한 정신장애라 “심리적 독감”이라 불린다.
  • 평생 유병률: 여성 10~25%, 남성 5~12%.
  • 성차: 여성이 남성보다 1.5~3배 많고, 전 세계에서 같은 추세다. 생물학적 원인, 기분 조절의 인지·행동 패턴 차이, 사회적 영향이 이유로 꼽힌다. 사춘기 이전에는 성차가 없다가, 청소년기에 여성의 유병률이 급격히 늘어 남성의 거의 두 배가 된다. 다만 증상, 경과, 예후의 성차는 뚜렷하지 않다.
  • 평균 발병 연령: 20대 중반. 청소년기에 급증한다.
  • 우리나라 자료: 2022년 국민건강통계에서 우울장애 유병률은 19~29세 남 5.2%·여 7.9%, 30~39세 남 3.4%·여 8.1%, 70세 이상 남 1.1%·여 6.7%다.

경과와 예후

  • 경과는 사람마다 매우 다르다. 일찍 시작하면 예후가 더 나쁘고 가족력이나 다른 기분장애와 관련된다. 늦게 시작하면 재발이 적고 성격장애·물질사용장애가 덜 동반된다.
  • 재발: 한 번 앓은 사람의 50~60%가 두 번째를, 두 번 앓은 사람의 70%가 세 번째를, 세 번 앓은 사람의 90%가 네 번째를 겪는다. 앓을수록 다음 재발이 쉬워진다.
  • 주요우울장애에서 양극성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 자살 행동의 가능성이 높고, 가장 위험한 요인은 과거의 자살 시도력이다.
  • 좋은 예후: 스트레스 생활사건이 적음, 지지체계, 첫 삽화의 빠른 회복, 높은 자존감. 나쁜 예후: 이른 발병, 기존의 성격장애, 이전의 우울 삽화.
  • 병전 기능으로 완전히 돌아오기도 하지만, 만성화되고 재발할수록 완전한 회복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flowchart LR
  E1["첫 삽화"] -- "50~60%" --> E2["두 번째 삽화"]
  E2 -- "70%" --> E3["세 번째 삽화"]
  E3 -- "90%" --> E4["네 번째 삽화"]

화살표의 숫자는 앞 삽화를 겪은 사람 가운데 다음 삽화를 겪는 비율이다. 삽화를 겪을수록 숫자가 커진다.

원인

원인은 우울장애의 원인에서 다룬다. 심리적 이론 셋은 따로 문서가 있다: 학습된 무기력 이론, 우울증의 귀인이론, 우울증의 인지이론.

치료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약물치료는 증상을 줄이고, 심리치료는 재발을 막는다.

약물치료: 항우울제

시기 약
1950년대 삼환계 항우울제(TCA)
1980년대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예: 프로작), 노르에피네프린·도파민 재흡수 억제제(DNRI, 예: 웰부트린)
1990년대 이후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
  • 환자의 60~65%가 약에 반응한다.
  • 약을 끊으면 50%가 재발한다. 부작용이 있고, 근본 치료는 아니다.
  • 심리치료를 함께 하면 재발률이 유의미하게 줄어든다.
  •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2~3주가 걸린다(time lag).

심리치료

  • 정신분석: 무의식적 좌절과 억압된 분노를 자각하게 하고, 부적응적 대인관계 방식을 바꾸고, 비현실적으로 이상적인 소망을 현실적인 것으로 바꾼다.
  • 대인관계치료(IPT): 우울을 촉발한 생활 스트레스를 확인한 뒤 대인 문제에 초점을 둔다. 기존 관계의 갈등을 풀고 새로운 중요한 관계를 맺는 기술을 가르친다.
  • 인지행동치료: 인지행동치료
  • 제3세대 인지행동치료: 제3세대 인지행동치료

스스로 설명해 보기

  1. “재발률이 50~60% → 70% → 90%로 올라간다.”
    근거

    ‘경과와 예후’의 재발 수치다. 삽화를 겪을 때마다 다음 삽화의 조건부 확률이 커진다. 그래서 첫 삽화를 빨리, 완전히 치료하고 재발 방지(심리치료, 유지치료)에 힘쓴다.

  2. “약물은 증상 완화, 심리치료는 재발 방지를 맡는다.”
    근거

    약은 60~65%에서 증상을 줄이지만 끊으면 50%가 재발한다. 심리치료는 재발로 이어지는 생각과 행동 패턴을 바꾸므로, 함께 쓰면 재발률이 유의미하게 줄어든다.

  3. “청소년기부터 여성의 유병률이 남성의 두 배가 된다.”
    근거

    사춘기 이전에는 성차가 없다가 청소년기에 여성의 유병률이 급격히 늘어난다. 사춘기의 호르몬 변화, 기분을 곱씹는 인지 방식의 차이, 사회적 역할의 차이가 함께 거론된다.

  • 진단기준의 핵심 아이디어는?
    답

    우울한 기분이나 흥미 상실을 반드시 포함한 여러 영역의 증상이 함께, 충분히 오래(2주), 생활을 무너뜨릴 만큼 나타나야 한다. 한 증상, 짧은 기간, 조증 병력이 있으면 빠진다.

자주 하는 오해

“우울증은 슬픈 기분이 심해진 것일 뿐이다”

틀렸다. 가장 눈에 띄는 증상이 슬픔이라 그럴듯하다. 하지만 진단기준에서 슬픔(①)은 필수가 아니다. 흥미와 즐거움의 상실(②)만 있어도 되고, 실제로 “슬프지는 않은데 아무것도 재미없고 무감각하다”는 우울도 흔하다. 게다가 우울은 수면, 식욕, 에너지, 집중력, 자기 평가까지 무너뜨리는 여러 측면의 병이다(네 측면 표).

“우울증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고, 마음먹기에 달렸다”

틀렸다. 누구나 가벼운 기분 저하를 의지로 넘긴 경험이 있어서 그럴듯하다. 주요우울장애는 신경전달물질, 스트레스 호르몬 체계, 인지 도식이 함께 관여하는 병이고(우울장애의 원인), 의욕 저하와 피로 자체가 증상이다. “마음먹어라”는 말은 증상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을 요구하는 셈이라 죄책감(⑦)만 키운다.

확인 문제

C1 주요우울 삽화의 기준을 개수, 기간, 필수 증상을 포함해 쓰고, 주요우울장애가 되려면 무엇이 없어야 하는지 쓰라.

답: 9개 증상 중 5개 이상이 거의 매일 2주 이상, 그중 우울한 기분이나 흥미·즐거움의 현저한 감소 중 하나는 반드시 있고, 고통이나 기능 저하를 일으킨다. 조증(또는 경조증) 삽화가 있었던 적이 없어야 한다.

C2 대학생 AK는 2주 반 동안 거의 매일 피로하고, 잠이 늘었고, 집중이 안 되며, 식욕이 늘어 체중이 3kg 늘었고, 자주 “죽고 싶다”고 생각한다. 기분은 “그냥 멍하다”고 하고, 게임과 친구 만나기는 여전히 즐긴다. 주요우울 삽화인가?

답: 아니다. 증상은 피로, 과다수면, 집중력 저하, 식욕·체중 증가, 자살사고로 5개지만, 필수 증상인 우울한 기분(①)과 흥미·즐거움의 현저한 감소(②)가 없다. 다만 자살사고가 있으므로 진단과 별개로 안전 평가가 먼저다.
흔한 오답: “5개니까 해당”이라고 답하는 경우. 개수와 함께 필수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C3 항우울제만 먹고 좋아진 환자가 약을 끊었을 때와, 인지행동치료를 함께 받은 환자가 약을 끊었을 때 재발 위험이 다른 이유를 쓰라.

답: 약은 증상을 줄이지만 우울을 부르는 생각과 행동의 패턴은 그대로 둔다. 그래서 약을 끊으면 50%가 재발한다. 인지행동치료는 부정적 자동적 사고와 역기능적 신념을 찾아 바꾸는 기술을 남기므로, 스트레스가 다시 와도 우울로 번지는 고리를 끊을 수 있다.

C4 3주째 우울 삽화 증상을 보이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2년 전 닷새 동안 잠을 거의 안 자고도 활기차게 일하며 말이 많았던 적이 있다. 두 사람의 진단은 어떻게 다른가?

답: 들뜬 시기가 없었던 사람은 주요우울장애다. 닷새간 들뜬 시기가 있었던 사람은 그 시기가 경조증 삽화(4일 이상)였다면 제2형 양극성장애의 우울 삽화로 본다. 주요우울장애의 기준에 “조증 삽화가 없었을 것”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1. AJ와 해당·비해당 예는 진단기준을 적용해 보이려고 만든 가상 사례다. ↩ ↩2

  2. DSM-5-TR 주요우울장애 진단기준 C~E의 요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