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뚜렷하게 말랐는데도 살찌는 것이 너무 두려워 먹기를 줄이고, 거울 속 자신은 여전히 뚱뚱해 보이는 장애다. 날씬함이 곧 자기 가치가 되어, 먹지 않는 것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본인은 문제라고 여기지 않아 빠르게 나빠지기 쉽다. 굶주림의 합병증과 자살 때문에 정신장애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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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FP는 키 160cm에 몸무게 38kg이다. 1년 전 50kg이었을 때 친구가 “통통하다”고 한 뒤 식사를 줄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하루에 사과 반 개와 요구르트만 먹고, 매일 두 시간씩 달린다. 월경이 끊겼고 늘 춥다. 그래도 거울을 보면 “배와 허벅지가 아직 두껍다”고 한다. 부모가 식사를 권하면 크게 다툰다1.
- 먹기를 제한해 뚜렷한 저체중이다(A). BMI는 38 ÷ 1.6² ≈ 14.8로 극도 수준이다.
- 저체중인데도 살이 찔까 봐 두려워하고 과도하게 운동한다(B).
- 자기 몸을 뚱뚱하게 경험한다(C).
- 무월경, 저체온, 부모와의 갈등.
정의
A. 음식 섭취를 제한해 뚜렷한 저체중 상태다(정상 체중의 최저 수준보다 낮다).
B. 저체중인데도 체중 증가와 비만을 극도로 두려워하거나, 체중 증가를 막는 행동을 계속한다.
C. 다음 가운데 하나 이상:
- 체중과 체형을 경험하는 방식이 왜곡되어 있다.
- 체중과 체형이 자기 평가에 지나친 영향을 준다.
- 저체중의 심각함을 계속 부정한다.
체중과 심각도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체질량지수(BMI)다.
\[\text{BMI} = \frac{\text{몸무게(kg)}}{\text{키(m)}^2}\]DSM-5는 “이상 체중의 85% 미만” 같은 고정 수치를 요구하지 않는다. “뚜렷한 저체중”은 임상가가 판단하고, BMI로 심각도만 나눈다. 성인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2.
| 심각도 | BMI |
|---|---|
| 경도 | 17 이상 |
| 중등도 | 16 이상 17 미만 |
| 고도 | 15 이상 16 미만 |
| 극도 | 15 미만 |
두 하위 유형
- 제한형(restricting type): 굶기, 다이어트, 과도한 운동으로만 체중을 줄인다.
- 폭식/제거형(binge-eating/purging type): 폭식을 하거나, 토하기·설사제·이뇨제로 제거 행동을 한다. 식욕부진증 환자의 40~50%가 폭식 증세를 보인다.
증상과 경과
핵심 증상
- 현저한 체중 감소.
- 매우 말랐는데도 필사적으로 체중을 줄인다. 음식량을 줄이거나 거부하고, 과도하게 운동하고, 먹은 것을 토하거나 설사제·이뇨제를 쓴다.
- 스스로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해 빠르게 나빠지는 경우가 흔하다.
부수 증상
- 신체: 무월경, 변비, 복통, 무기력감, 저체온, 피부 건조. 잦은 구토로 치아가 부식되고 손등에 흉터가 생긴다(러셀 징후). 오랜 굶주림으로 빈혈, 신장 기능 장애, 골다공증, 심한 저혈압이 생긴다. 굶주림, 자살, 전해질 불균형으로 사망할 수 있다.
- 심리: 우울한 기분, 짜증, 대인관계 회피, 성욕 상실, 집중력 저하.
- 관계: 식사를 피하면서 부모와 갈등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다.
임상적 특징
- 평균 발병 나이 17세.
- 진단기준을 모두 채우는 경우 0.5~1.0%.
- 90% 이상이 여성이고, 특히 청소년기 여성에게 흔하다. 한국 여자 청소년의 10.9%가 체중과 체형에 불만을 품고 먹는 양을 줄이려 한다.
- 정신장애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다. 14%가 합병증이나 자살로 사망한다.
원인
1. 생물학적 입장
- 유전: 일란성 쌍둥이의 일치율이 높다.
- 시상하부 이상: 몸이 지키려는 체중의 기준점(set point)이 낮아져 식욕을 느끼지 못한다.
2. 정신분석적 입장
- 성적 욕구에 대한 방어: 프로이트는 음식을 먹는 것과 성적 표현이 상징적으로 닮았다고 보았다. 먹지 않음으로써 몸의 성숙과 성적 욕구를 억누르려 한다. 장애가 흔히 청소년기에 시작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 독립된 진정한 자기를 쟁취하려는 시도: 음식은 사랑, 성적 욕망, 관계의 상징이다. “나는 음식을 거부한다”는 “나는 남에게 의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 청소년기 딸이 어머니에게 느끼는 갈등의 상징:
-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 → 분노 → 거식. 간섭이 심한 어머니상이 내 안에 자리 잡는 것을 막으려는 무의식적 노력이다.
- 모성에 대한 시기심 → 거식. 모성적 특성을 갖는 것에 대한 좌절감의 표현이고, 어머니를 매 끼니 음식을 먹는 탐욕스러운 존재로 비난하는 의미다.
3. 행동주의적 입장
일종의 체중공포증(weight phobia)이다. 뚱뚱함에 벌이 주어지는 사회에서 뚱뚱함과 과식에 대한 공포를 배운다. 먹는 양을 줄이면 체중 공포가 줄어들고(부적 강화), 음식 거부 행동은 점점 더 극단적으로 된다.
flowchart LR
A["뚱뚱함과 과식에 대한 공포"] --> B["먹는 양을 줄임"]
B --> C["체중 공포가 잠깐 줄어듦"]
C -->|"부적 강화"| B
B --> D["음식 거부가 점점 극단적으로 됨"]
먹기를 줄일 때마다 공포가 잠깐 가라앉는다. 그 안도가 줄이는 행동을 다시 붙잡아, 거부가 갈수록 심해진다.
4. 인지적 입장
- 자기 신체를 왜곡해서 지각한다. 체형평정척도(body type scale)에서 여러 체형 그림 가운데 “실제 내 몸”과 “이상적인 몸”을 고르게 하면, 실제 신체상은 더 뚱뚱한 쪽으로, 이상적 신체상은 더 마른 쪽으로 치우친다.
- 몸매에 대한 역기능적 신념: 날씬한 몸매가 성공과 애정을 얻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 성취나 관계의 실패를 몸매와 체중 탓으로 잘못 돌린다.
5. 사회문화적 입장
- 날씬한 몸매를 선호하는 환경: 날씬함 = 아름다움 = 세련됨 = 자기관리의 상징.
- 광고, 영화, 패션 산업, SNS 같은 미디어의 영향.
치료
- 치료 목표: 정상 체중 회복, 균형 잡힌 식단 회복, 체중·체형·음식에 대한 정상적 사고 회복.
- 입원, 가족치료, 인지행동치료를 합친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
- 입원치료: 영양실조와 합병증의 위험을 없앤다.
- 인지행동치료: 체중 변화를 관찰하고, 식사일기를 쓰고, 인지 왜곡을 고친다. 체중을 늘리려는 행동에는 정적 강화를 준다.
- 가족치료: 가족의 지지와 협조로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환자의 가족은 대개 역기능적이고 갈등이 많으며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
- 약물치료: 항우울제, 항정신병 약물, 식욕촉진제.
스스로 설명해 보기
- “먹는 양을 줄일수록 거부 행동이 더 극단적으로 된다.”
근거
먹지 않으면 살찔 것에 대한 공포가 줄어든다. 불쾌한 공포가 사라지는 결과가 부적 강화로 작용해, 음식 거부 행동이 점점 강해진다. 공포증에서 회피가 공포를 유지하는 원리와 같다.
- “본인이 문제라고 느끼지 못해 빠르게 나빠진다.”
근거
기준 C처럼 자기 몸을 뚱뚱하게 경험하고 저체중의 심각함을 부정하므로, 체중이 줄수록 “아직 부족하다”고 느낀다. 도움을 구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 “입원과 가족치료를 함께 한다.”
근거
굶주림은 생명을 위협하므로 먼저 영양을 회복해야 한다(입원). 음식 거부가 어머니와의 갈등, 독립의 상징처럼 가족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가지므로 가족 전체를 다뤄야 재발을 막는다.
- 이 장애의 핵심 아이디어는?
답
체중과 체형이 자기 가치의 거의 전부가 된 상태에서, 먹지 않는 것이 통제와 성공의 증거로 느껴진다. 공포 감소(부적 강화)와 왜곡된 신체상이 이 고리를 유지한다.
자주 하는 오해
틀렸다. 이름 때문에 그럴듯하지만, 진단기준의 핵심은 입맛이 아니라 살찌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의도적인 제한(기준 B)이다. 많은 환자가 배고픔을 느끼면서도 참고, 음식 생각에 몰두한다. 시상하부의 기준점 가설처럼 식욕 신호의 이상을 보는 생물학적 설명도 있지만, 진단은 식욕이 아니라 두려움과 제한 행동, 왜곡된 신체상으로 내린다3. 확인하는 질문은 “먹고 싶지 않은가, 먹으면 살찔까 봐 두려운가”다.
확인 문제
C1 신경성 식욕부진증의 진단기준 A, B, C를 쓰라.
답: A: 음식 섭취 제한으로 뚜렷한 저체중. B: 저체중인데도 체중 증가와 비만을 극도로 두려워하거나 체중 증가를 막는 행동을 계속함. C: 체중·체형 경험의 왜곡, 체중·체형이 자기 평가에 지나친 영향, 저체중의 심각함 부정 가운데 하나 이상.
C2 진단기준을 모두 채우는 두 성인이 있다. FU는 키 165cm, 45kg이고, FW는 키 170cm, 50kg이다. 각자의 BMI와 심각도를 구하라.
답: FU: 45 ÷ 1.65² ≈ 16.53, 중등도(16 이상 17 미만). FW: 50 ÷ 1.70² ≈ 17.30, 경도(17 이상). FW는 BMI가 17 이상이어도 진단기준을 채우면 식욕부진증이다. 심각도가 경도일 뿐이다.
C3 행동주의는 식욕부진증을 “체중공포증”이라 부른다. 음식 거부가 유지되는 과정을 강화의 말로 설명하라.
답: 뚱뚱함을 처벌하는 사회에서 뚱뚱함과 과식에 대한 공포를 학습한다. 먹는 양을 줄이면 이 공포가 줄어드는데, 불쾌한 것이 사라지는 결과가 부적 강화로 작용해 음식 거부 행동이 늘고 점점 극단적으로 된다.
C4 키 158cm, 38kg인 FY는 일주일에 두세 번 폭식하고 토한다. 신경성 식욕부진증 폭식/제거형인가, 신경성 폭식증인가?
답: 신경성 식욕부진증 폭식/제거형. BMI가 약 15.2로 뚜렷한 저체중이기 때문이다. 폭식과 제거 행동이 있어도 저체중이면 식욕부진증이 우선이다. 신경성 폭식증은 체중이 정상이거나 과체중 범위다.